오지랖 넓은 사고방식.

최근 김연아, 사형제도, 각종 범죄에 관한 의견들을 볼 때마다 막연히 느낀 점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보다 명확하게 구체화되었다.
바로 오지랖 넓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그걸 무작정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좋은 점도 물론 있다.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정이니까.
하지만 무분별하게 오지랖 펴는 건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먼저 김연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김연아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행동 내지는 사생활까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달까.
그로 인해 김연아에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까지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려 들고.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수용 / 김연아 비판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 을 분리시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내 주위에도 여럿 있으니.
게다가 골치아픈 건 전자에 해당하면서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주로 그런 사람들이 전자의 의견을 지나치게 고집하다 보면 그것이 곧 후자로 이어지게 된다.

비단 김연아 문제를 떠나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한 견지를 관철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면 독선에 이를 뿐이다.
마냥 김연아만 옹호하고 들 게 아니라,
'짧은 선수생명 이후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할 한국 빙상계에 대한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텐데.
그런데 김연아 팬, 피겨스케이팅 팬이라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건설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썩 많아보이진 않는다.



사형제도나 각종 범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피해자 내지는 유족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화제로 대화할 때 다소 과격하게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이 꼭 내세우는 패턴이 두 가지 있다.

"지금 눈앞에 용의자가 있으면 내가 죽여버릴 텐데."
"당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해보고 말을 해라."

과연 눈앞에 용의자가 있으면 죽일 수 있을까? 나는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그리고 저렇게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정작 그 상황이 오면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흉악범죄에 대해 공분하더라도, 그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불과하기에.
그러므로 '나는 정말 죽일 수 있다' 고 하는 사람이 행여 있더라도, 정당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결코 함부로 내뱉을 말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가볍게 말한다.
나는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피해자 내지는 유족들이 느낄 비참함과 슬픔은 결코 제3자가 함부로 떠들 정도로 가볍지 않을 테니까.
객관적 입장에 선 제3자로서,
피해자에 대한 동정을 용의자에 대한 무분별한 분노로 돌리기보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애시당초 가정을 할 거면 용의자의 입장에 서 보는 가정도 해 봐야 공평하다고 본다.
'가해자' 가 아니라 '용의자' 의 입장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범죄 혐의를 확정할 수 없는 용의자에게 법 집행이 올바르게 이루어질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는가.

만에 하나라도 엄한 사람을 죽여 놓고 나중에서야 그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어찌 해결할 길도 없으니.
이것이 사형 반대론자의 기본 견지이다.
다소 신중한 찬성론자들은 혐의가 확정된 범죄자에 한해서만 집행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의견은 반대론자들보다, '죽어도 쌀 놈은 죽이고 보자' 는 맹목적 찬성론자들에게 먼저 펼쳐주었으면 한다.

정말로 피해자를 동정한다면, 마구잡이로 분노를 표출하지 말자.
그보다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오랫동안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딱히 나쁜 것만도 아니고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지 오지랖을 펴기 전에 주위를 잘 둘러보고, 정말 필요한 방향으로 펴는 노력은 반드시 갖추어져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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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月丸 | 2010/03/10 22:1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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